아들이 어렸을 적 소변을 보고는 물을 내리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 때는 속으로 ‘아빠가 내려주길 원하나?’ 하며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몇 달 전부터 다시 소변을 본 후 물을 내리지 않습니다. 냄새도 조금 나고 아무래도 불결해 보입니다. 그래서 한 소리 했습니다. 그랬더니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한 번 변기의 물을 내릴 때마다 물이 얼마큼 사용되는지 아세요?”라고 합니다. 아마도 극심한 가뭄 때문에 학교에서 협조를 요청한 것 같습니다. 며칠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심히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어 저도 동참해 보려고 하는데 영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불결해 보이는 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보면 물이 정말 많이 사용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 하루 1.6L의 물을 마셔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변기의 물을 한 번 내릴 때 저희가 하루에 섭취해야 되는 물의 10 배 정도를 사용합니다. 그 양은 어림잡아 정수기에 꽂아 사용하는 생수통 하나(약 19L)에 근접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위해서도 물이 참 많이 사용됩니다. 커피를 재배하는 일에 필요한 것 등은 제외하고도 말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위해 물 한잔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커피를 끓인 pot을 씻어야 합니다. 사용한 컵을 씻기 위해서는 마신 커피 양의 몇 배가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물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되지 않습니다. 물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 그 고마움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오늘 지금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데에는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가 단연 으뜸입니다. 마치 물과 같이 워낙 많이 받고 누렸기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요즘은 분노의 시대라고 합니다. 트럼프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끊임 없이 터지는 총기 사고도, 보복 운전도, 언어를 포함한 가정 폭력도 모두 분노의 시대의 증상들입니다. 점점 더 내 중심으로만 시야를 좁혀가게 합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 속에서 저희는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잊고 살고 있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물을 낭비하듯 너무 많은 사랑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분노의 시대를 이기는 길 중 하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