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ve Story’로 유명한 보스턴은 불꽃같았던 단풍들이 소설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들처럼 찬바람 속에 간간히 버티고 있을 때입니다. 잊을 수 없는 영화나 소설처럼 저는 보스턴에 대한 많은 추억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여러 감사한 분들이 있습니다. 몇 주 전 한국에서 뉴욕의 한 교회로 부임하신 선배 목사님이 계십니다. 유학 초창기에 만나 함께 보스턴의 생활을 나누었던 분입니다. 그분을 생각하면 세 가지가 늘 떠오릅니다. 진실함과 겸손이 깊이 묻어나는 친절, 밉지 않게 나온 둥그런 배, 그리고 귀한 한국 음식에 목말라 했던 저와 몇 몇 후배들에게 오아시스 역할을 해 주셨던 사모님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 때의 감사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최근 사진을 보니 둥그렇던 배가 없어지고 더 젊어지신 것 같았습니다. 둥그렇던 배를 다시 보여 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친절과 감사했던 사모님은 다시 뵙고 싶습니다.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두고 생각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두 분의 장로님들이 계십니다. 한 분은 Sacrament로 이사 가셨고, 한 분은 샌프란시스코에 여전히 계십니다. 두 분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달리 건강하셨지만 지금은 버거운 병과 씨름하며 몹시 쇠약해져 있으시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Oakland에 일이 있어 로컬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가슴이 설레듯이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상선(나추전권사님)장로님이 운영하시던 카페 근처였습니다.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몸이 기억했나 봅니다. 그곳에서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 민망할 정도로 특별대우 받으며 맛있게 먹던 샌드위치와 커피 등이 그립습니다. 다른 한 분은 윤성호장로님입니다. 수 년 전 감나무 과수원을 교회에서 방문할 때 저도 동행을 했었습니다. 볼 것이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아래에서 요청하는 대로 따 주시던 70대의 윤성호장로님이 가장 ’볼거리’(?)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우시던 성품이 감밭에서도 그대로였습니다. 그 후론 감을 볼 때마다 윤장로님이 연상됩니다. 가을이라 감을 많이 먹습니다. 그래서 더욱 생각을 많이 합니다. 두 분에게 이전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주님 안에서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과 사랑의 기억들을 늘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한 감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