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젠킨스의 소설 <레프트 비하인드>는 갑자기 수 백 만 명의 사람들이 사라지며 혼란 속에 빠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꼭 이렇게 다수의 사람들이 아닐지라도 소중한 한 사람이 곁을 떠나도 역시 혼란 속에 빠져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달 전 몇 분의 성도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지난 2-3년 동안 소천하신 성도님들을 추억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연락이 올 것 같고, 약속만 하면 함께 가곤 했던 식당에서 음식을 나눌 것 같습니다. 정겨운 음성이 그립고 반가웠던 얼굴이 그립습니다. 마침 가을이라 더 그렇습니다. 이럴 때 기억하는 말이 생겼습니다. 이영희권사님의 천국환송 예배 때 아드님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죽은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니고, 잊혀진 사람이 죽은 것입니다.” 정말 멋있는 말이고 정확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잊혀져 다시는 기억도, 눈으로 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 땅과 천국이라는 다른 하늘 아래 있어도 잊지 못하고 기억하며 주님 안에서 여전히 함께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이웃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랑을 나눠야할 대상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의 멸망이 와서 사람들이 죽어갔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마음에서,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함없이 같은 하늘 속에 살고 있지만 잊혀져 가는 이웃들은 늘어나고 사랑을 나누고 있는 이웃들은 적어지고 있습니다. 내 자녀, 직계 가족,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들 등만이 우리의 이웃으로 남겨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우리의 주인이신 예수님마저도 잊혀져 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주일 오후 ‘밀알의 밤’을 통해 장애우들과 가족들을 섬기는 일에 조금 동참했었습니다. 낯이 익은 분들이 많이 계셨지만 이상하게도 어딘가 숨어 있다가 나타나신 분들처럼 느껴졌습니다. 네, 제 기억의 깊은 한 구석에서 잊혀져 있다 다시 기억의 장으로 나오신 것이지요. 부끄럽고 죄송했었습니다.
11월말부터는 His Birthday로 주님이 오신 날을 기념합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어서 좀 더 섬기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속상합니다. 추수감사절인 다음 주일부터 저희의 전통이 된 Gift Card 모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즈음에 가정폭력 희생 가족들을 위해 전달하게 됩니다. 크리스마스는 기억의 낡은 창고에서 잊혀졌던 이웃을 다시 꺼내는 시즌이 아닐까 생각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