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새크라멘토에서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제가 집례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평소와 달리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몇 개의 무덤이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한 묘비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두 명이 한 묘비에 함께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태어난 날짜는 많이 달랐지만 이 땅을 떠난 날은 같았습니다. 엄마와 한 살이 안 된 아기의 묘비였습니다. 아마도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습니다. 이름과 숫자 몇 개가 전해주는 마음 아픈 스토리입니다. 반면에 재미있는 묘비의 글도 있습니다. 당사자가 부탁한 것인지 혹은 가족이나 친구가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머가 담긴 묘비의 글 몇 개를 소개합니다.
“Here lies an Atheist. All dressed up and no place to go.”(여기 무신론자 한 사람 잠들다. 옷은 잘 차려 입었는데 정작 갈 곳은 없도다.) 묘비 위에 큰 망치를 함께 만들어 놓은 분의 글도 있습니다. “If any man gives his property to his children before he is dead, take this mallet and hit him on the head!” (만약에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망치를 가져가 그 멍청이 머리통을 때려 주시오!) 썰렁한 유머들도 있습니다. “Here lies John Yeast. Pardon me for not rising.” (여기 John Yeast가 잠들다. 당신이 방문했음에도 일어나지 않음을 양해 바랍니다.) “Beneath this stone my Wife Doth lie, She’s now at rest and so am I.” (이 묘비 밑에 내 아내, Doth가 잠들어 있도다. 이제 아내는 평안히 쉬고 있고 (마침내) 나도 쉬고 있다-아마도 아내가 잔소리를 무척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블로거 ‘박물관 이야기.’에서.>
이런 유머의 글들을 읽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분들의 삶을 그려봅니다. 사실 그분들의 묘비 위에 쓰여 진 글들을 읽으며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삶들과도 교차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묘비에 무엇이라 써달라고 미리 말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죽은 다음이라도,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자녀나 후손들에게 기억하게 하고 싶은 소망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묘비에 기록된 성경 구절 하나도 진지하게 읽어보며 고인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묘비에 남기고 싶은 글(실제로는 아니라 해도)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