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의 두 어 주간은 나름 추웠습니다. ‘나름’이라고 굳이 표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 그것도 샌프란시스코이기 때문입니다. 날씨 좋기로 소문난 이곳에서 춥다고 한다면 다른 곳에서 사시는 분들에게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춥습니다. 감기로 여러분이 고생하셨고 심지어는 교회를 오시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한 참 추웠던 어느 주일 점심시간에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던 은퇴 장로님들에게 “많이 추우셨지요?” 라며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장로님들이 한결같이 웃으시며 대답합니다. “이건 추위도 아니지요.”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은 모두 이북 출신들이셨습니다. 어렸을 적 사셨던 곳이 얼마나 추웠었는지를 말씀하십니다. 70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육체가, 감정이, 그리고 정신(력)이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의 추위를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기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나누었던 대화 가운데에는 ‘썰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논두렁은 동네 아이들의 썰매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저도 한 때 살았던 강원도 양구에서 같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유치원을 다니던 저에게 굵은 철사를 바닥에 박아 미끄러지게 만든 썰매를 타는 형들이 몹시 부러웠습니다. 한 번 타게 해달라는 말도 못하며 부러움에 마냥 쳐다보기만 하는 저의 모습을 아버지께서 보셨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마을 철물점에 가 칼날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그 칼날(제 기억으로는 큰 칼날이었습니다.)을 달은 멋진 썰매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굵은 철사로 만든 것이 아닌 제대로 된 날로 만든 썰매였습니다. 전체 마을에서 몇 개 보이지 않는 그런 멋진 것이었습니다. 그 때의 감격과 기쁨은 내 눈에 비치는 아버지를 다른 분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기억은 살아 계셨을 때나, 소천하신 후의 지금이나 아버지를 친근하게 하는 소중한 추억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억들이 모여 우리(나)를 만듭니다. 그 기억들은 우리를 아름답게 하기도 강하게 하기도 합니다. 과거의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렇지만 그 열매들인 기억은 우리 속에 영원히 남습니다. 때론 추억 속에, 때론 정서 속에, 때론 영혼 속에 혹은 몸 속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 속에서 자신들을 표현합니다. 2014년 한 해 동안 어떤 기억들이 내 속에 있나 돌아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 새로 시작한 2015년 어떤 기억들을 자신과 주위 분들에게 남길 것인지(혹은 이미 남기고 있는지) 사려 깊게 사는 것은 더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