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캘리포니아는 물 부족 때문에 심각한 상황입니다. 5번 Freeway를 달리다 보면 보이는 글이 절실하게 공감됩니다. “No Water = No Jobs.” 씨를 뿌릴 수 있는 많은 땅에 물이 부족하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날씨만큼 덥게 느껴집니다. 반면 지난 여행지인 동부는 물이 풍부해 보였습니다. 다니는 곳곳마다 크고 작은 호수들로 아름다움을 더 하고 있었습니다. 한 부부와 아침 식사를 하였습니다. 작년 겨울에 눈이 많이 왔다는 말을 하십니다. 캘리포니아 사람답게(?)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 있었습니다. “야, 멋있었겠네요.” 아내 되시는 분이 웃으며 남편을 보며 말합니다. “아이고, 멋있었겠데요.” 작년엔 수십 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눈을 치우고 치워도 감당하기 어려웠답니다. 많이 온 때는 사람들의 키를 넘겼다고 하니 어지간히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부께서 사시는 곳은 산기슭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도시와 먼 곳도 아닙니다. Yale 대학 근처의 크고 작은 도시들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그런 곳이다 보니 두 분의 집으로 사슴들이 종종 방문을 합니다. 또 말 한 마디가 툭 튀어나왔습니다. “야, 예쁘겠네요.” 이번에는 저를 보며 말을 하십니다. “예쁘지 않아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집에는 상추나 고추를 비롯하여 과수들도 조금 키우는 뒤뜰이 있습니다. 물론 종종 뽑아 주어야 하는 원치 않는 풀들도 있습니다. 그 뒤뜰은 산기슭과 연결이 되어 있어 사슴들이 자주 드나듭니다. 문제는 사슴의 몸에 붙어 있던 ‘틱’(사슴 진드기)이 풀에 붙어 있다가 사람 몸으로 옮겨 온다는 사실입니다. 틱은 피부를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빨리 병원으로 가서 빼내야 한다고 합니다.
가만히 듣다 보니 ‘거저먹는 것’이 없습니다. 물이 많기 위해서는 눈이 많이 오는 것이 반갑습니다. 물론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키만큼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은 참으로 힘이 듭니다. 사슴의 방문은 늘 좋은 추억이 될지 모르지만 그 사슴이 가져오는 ‘틱’은 건강을 헤치고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랑의 대상인 주님과 교회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의 관계는 종종 키만큼 쌓인 눈을 치우는 것만큼, 때로는 뒤뜰에서 일하다 조심했던 ‘틱’이 몸을 파고 들어가고 있어 병원에 가서 파내야 하는 수고만큼 감내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의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나(우리)의 수고가 헛되지 않습니다. 그 수고로 주님과의 사랑이, 교회와의 사랑이 자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람이 자랑되어지는 다음 한 해의 저희 교회가 되길 기원합니다.